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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교육

우리 아기 첫 마디의 비밀: 토마셀로의 '9개월 혁명'과 공동 주의 집중 육아 현장 적용

by peaceful-tips 2026. 4. 9.

말문이 터지기 전, 아이는 이미 눈빛과 손짓으로 수만 가지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마이클 토마셀로의 사회적 실용주의 이론을 통해 아기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첫 번째 신호인 9개월 혁명과 공동 주의 집중의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특히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와 어떻게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하는지 실전 상호작용 기술을 상세히 담았습니다.

 

토마셀로 공동 주의 집중 육아


9개월 혁명(9-month Revolution)이란 무엇인가: 소통의 빅뱅이 일어나는 순간

아이가 단순히 사물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타인의 마음과 의도를 읽기 시작하는 인류학적 도약의 시기입니다.

심리학자 토마셀로는 생후 9개월 무렵 아이의 인지 발달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화를 9개월 혁명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시기 이전의 아기는 엄마와 단둘이 눈을 맞추거나(이자적 관계), 혹은 장난감 하나에만 몰입하는 개별적인 상호작용에 머뭅니다.

 

하지만 9개월이 되면 아기는 엄마와 나, 그리고 제3의 사물을 동시에 인지하는 삼자적 관계(Triadic Interaction)로 진입합니다.
이는 아이가 타인을 단순한 움직이는 물체가 아니라 자신과 같은 의도를 가진 심리적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이 혁명적인 변화는 언어라는 고도의 사회적 도구를 습득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도 필수적인 토대가 됩니다.

 

아이가 나-너-사물을 동시에 인지하는 삼자적 관계의 탄생

두 사람 사이의 교감을 넘어 공동의 목표물을 향해 시선이 모일 때 언어의 씨앗이 발아하기 시작합니다.

삼자적 관계는 언어 발달의 고속도로와 같습니다. 아기는 이제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함께 바라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해 물건을 들어 올립니다. 이러한 공유된 경험 속에서 단어의 의미가 형성됩니다.

엄마가 사과를 보며 사과라고 말할 때, 아기가 그 소리가 저 빨간 물체를 지칭한다는 것을 깨닫는 이유는 엄마와 아기가 동시에 그 사과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9개월 혁명은 단순히 지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일원이 되어 협력할 준비를 마쳤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공동 주의 집중(Joint Attention): 언어가 싹트는 비옥한 토양

아이와 부모가 같은 시공간에서 같은 대상을 공유할 때, 비로소 소통의 주파수가 맞추어집니다.

공동 주의 집중은 두 사람이 의도적으로 한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토마셀로는 이 능력이 인간 언어 발달의 핵심 엔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기가 엄마의 시선을 따라가거나(Gaze Following),

엄마에게 무언가를 보라고 요구하는(Protodeclarative Pointing) 행동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영아기에 공동 주의 집중 시간이 길고 빈번했던 아이들일수록 이후 언어 습득 속도가 월등히 빠릅니다.

이는 언어가 단순한 소리 학습이 아니라,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려는 사회적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실용주의적 관점을 뒷받침합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뇌는 연결된다

시선의 일치는 단순한 물리적 현상을 넘어 부모와 아이의 뇌가 같은 정보를 처리하는 공명 상태를 만듭니다.

아이가 창밖의 강아지를 보고 엄마를 쳐다볼 때, 아이의 뇌에서는 저 강아지의 이름이 뭘까? 엄마도 저걸 보고 있을까?라는 고도의 추론이 일어납니다. 이때 부모가 즉각적으로 응답해주면 아이의 뇌 속에서는 사물과 이름, 그리고 사회적 유대감이 하나의 신경망으로 묶입니다. 공동 주의 집중은 아이에게 세상은 너와 내가 함께 탐험하는 곳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 정서적 안정이 인지적 도약을 이끄는 든든한 밑거름이 됩니다.


[실전 육아] 아직 말을 못 하는 아기와 대화하는 법: 3가지 핵심 기술

아기가 소리를 내지 않아도 부모는 아기의 눈빛과 몸짓에 단어를 입혀줌으로써 대화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토마셀로의 이론을 육아에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이의 주의를 억지로 끌지 않는 것입니다.

대신 아이가 이미 흥미를 느끼고 있는 곳에 부모가 슬쩍 올라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내 마음이 엄마에게 전달된다는 효능감을 느끼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도하게 됩니다.

기술 1: 아이의 시선을 추적하라 (Following Focus)

부모가 가르치고 싶은 것을 보여주기보다 아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관찰하고 그 대상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방법입니다.

흔히 부모들은 아이에게 단어를 가르치기 위해 이것 봐, 이게 호랑이야라고 아이의 시선을 강제로 돌리려 합니다. 하지만 토마셀로식 대화법은 반대입니다. 아이가 바닥의 개미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면, 그때가 바로 언어 자극의 골든타임입니다.

'오, 우리 아기가 기어가는 까만 개미를 보고 있구나? 개미가 엉금엉금 어디로 갈까?'라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관심사와 부모의 언어가 일치할 때, 아이의 뇌는 가장 적은 에너지로 최대의 언어 학습 효과를 거둡니다.

기술 2: 과장된 제스처와 감탄사로 주의를 유도하라 (Directing Attention)

언어 이전 단계의 아기에게는 화려한 문장보다 역동적인 몸짓과 감정이 실린 소리가 더 명확한 정보가 됩니다.

아직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아기에게 어머! 저기 좀 봐! 반짝반짝 별이 떴네!라고 말할 때는 손가락으로 별을 크게 가리키고 눈을 크게 뜨는 등 온몸으로 주의를 끌어야 합니다.

이때 부모의 과장된 표정과 목소리 톤(마더리즈)은 아기의 LAD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공동 주의 집중의 범위를 넓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부모의 제스처는 아이에게 소통의 힌트를 제공하는 비계설정과도 같습니다.

기술 3: 의도를 읽어주고 언어로 확인해주기 (Intention Reading)

아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그 숨은 의도를 포착하여 문장으로 만들어 들려주는 고도의 공감 대화법입니다.

아기가 손을 뻗어 물컵을 잡으려고 끙끙거린다면, 단순히 물컵을 건네주는 것에 그치지 마세요.

'우리 지우가 시원한 물이 마시고 싶어서 컵을 잡으려고 했구나? 여기 엄마가 물 담아줄게'

라고 아이의 의도를 언어화(Labeling)해주어야 합니다.

자신의 의도가 언어로 변환되는 경험을 반복한 아이는 언어가 내 마음을 세상에 알리는 가장 편리한 도구임을 깨닫게 됩니다.


토마셀로의 사회적 실용주의 관점에서 본 월령별 소통 발달 단계

아이가 태어나서 말문을 열기까지 거치는 비언어적 소통의 이정표를 정리하여 부모의 관찰을 돕습니다.

월령 발달 특징 주요 상호작용 행동 부모의 실전 대응
0-6개월 이자적 관계 (Dyadic) 엄마와 눈 맞추기, 사회적 미소 풍부한 표정과 옹알이 따라 하기
6-9개월 사물 탐색기 사물을 쥐고 흔들기, 엄마 시선 무시 아이가 만지는 사물의 이름 들려주기
9-12개월 삼자적 관계 (9개월 혁명) 공동 주의 집중, 포인팅 시작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중재하기
12-18개월 협력적 소통 도움 요청하기, 함께 놀기 제안 아이의 의도를 문장으로 확장해주기
18-24개월 기호적 언어 사용 단어 조합 시작, 상징 놀이 대화식 독서와 개방형 질문 던지기

자주 묻는 질문(Q&A) - 눈맞춤과 공동 주의에 관한 궁금증

질문 1: 우리 아이는 불러도 잘 안 쳐다보는데 문제가 있는 걸까요?

답변: 단순히 이름을 부르는 것에 반응하지 않는 것보다,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대상을 부모와 함께 공유하려는 시도가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9개월 이후에도 부모가 가리키는 곳을 전혀 쳐다보지 않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 삼자적 관계의 결핍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 2: 아이가 손가락질을 너무 많이 해서 힘든데 다 들어줘야 하나요?

답변: 아이의 포인팅은 '저거 뭐야? 혹은 저거 줘!'라는 강력한 소통의 의지입니다.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아이가 가리키는 대상을 부모가 확인했음을 알리는 반응은 꼭 필요합니다. 아, 저기 빨간 차를 봤구나! 정말 빠르네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언어 욕구는 충족됩니다.

 

질문 3: TV를 같이 보는 것도 공동 주의 집중인가요?

답변: TV 화면은 일방적인 자극일 뿐, 진정한 의미의 공동 주의 집중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공동 주의 집중은 아이-부모-사물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핵심입니다. 화면 속의 호랑이를 보는 것보다, 인형을 함께 만지며 털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언어 발달에는 수만 배 더 효과적입니다.


학술적 근거 및 참고 문헌

  1. Tomasello, M. (1999). The cultural origins of human cognition. Harvard University Press.Tomasello, M. (2003). Constructing a language: A usage-based theory of language acquisi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2. Carpenter, M., Nagell, K., & Tomasello, M. (1998). Social cognition, joint attention, and communicative competence from 9 to 15 months of age. Monographs of the Society for Research in Child Development

아이는 입을 열기 오래전부터 마음의 문을 열고 부모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아이가 머물고 있는 시선의 끝에 부모님의 따뜻한 목소리를 얹어주세요.

그 작은 공유의 순간들이 모여 아이의 평생을 지탱할 언어의 뿌리가 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토마셀로 시리즈의 두 번째 주제인 손가락질(Pointing)의 세 가지 의미에 대해 다루며,

아기의 손가락 끝에 담긴 구체적인 메시지를 해독하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